서울의 독립 서점들이
돌아오고 있다
대형 플랫폼의 홍수 속에서도 골목 깊숙이 살아남은 작은 서점들. 그들이 다시 빛을 발하고 있는 이유를 찾아서.
김도연
편집장 · 2026년 6월 12일
사진: 연남동 일대 독립 서점 전경, 2026
서 울 마포구 연남동의 좁은 골목에는 책 냄새가 난다. 오래된 목조 건물 사이에 끼인 작은 서점 하나가 오전 11시에 문을 연다. 주인은 전날 밤 직접 고른 책을 진열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 서점은 알고리즘이 없다. 베스트셀러 순위도 없다. 오직 주인의 눈과 손길로 선택된 책들만이 좁은 선반을 채운다.
2020년대 초, 온라인 서점의 급성장과 전자책 플랫폼의 확대로 많은 이들이 독립 서점의 종말을 예고했다. 그러나 2026년 현재, 서울에는 오히려 독립 서점이 늘어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발표에 따르면 서울 내 독립 서점 수는 2020년 대비 34% 증가했다.
"우리는 책을 파는 게 아니라 발견의 경험을 파는 겁니다. 그 경험은 어떤 알고리즘도 줄 수 없어요."
이 현상의 배경에는 역설적이게도 디지털 피로가 있다. 끊임없는 알림과 추천 알고리즘에 지친 독자들이 '의도적인 발견'을 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독립 서점은 그 욕구에 정확하게 응답한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치솟는 임대료, 원고 확보의 어려움, 1인 운영의 고충. 독립 서점주들은 생존을 위해 북클럽, 독서 모임, 작가 낭독회 등 다양한 커뮤니티 사업을 병행한다. 책을 중심으로 한 문화 공간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결국 독립 서점의 귀환은 단순한 레트로 유행이 아니다. 이는 인간이 여전히 물성 있는 경험과 큐레이션된 만남을 갈망한다는 증거다. 디지털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시대에, 작은 서점 하나가 그 반증이 되고 있다.
필자 소개
김도연 — 편집장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 박사. 전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2019년부터 에디투라를 이끌며 깊이 있는 한국어 저널리즘의 새 장을 열고 있다.